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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한국사/고구려

오이 마리 협보, 주몽을 따른 심리적 이유와 고구려건국 동지들의 집단정체성

by 레미 언니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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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마리 협보, 주몽을 따른 심리적 이유

고구려의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단연 주몽입니다. 하지만 그 곁에 있었던 오이, 마리, 협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나를 만들기 위해
너를 따른다

 

사실 이 세 사람은 단순한 수행원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며 삶의 고난을 나눈 친구이자, 위기 상황에서 동행했던 생존 동지였고, 고구려 건국을 함께 이끈 핵심 인물들이었습니다.

 

오이 마리 협보가 주몽을 따른 행동은 단순한 충성심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깊고 복합적인 심리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우리'라는 감각

왜 우리는 누군가를 따르는가? 어떤 관계가 집단을 형성하게 만드는가? 주몽을 믿고 따랐던 오이 마리 협보를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진짜 집단을 느끼는 순간은 단순히 모여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라는 정체성이 생겼을 때입니다.

 

어릴 적부터 왕의 정실 소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천대받았던 주몽, 오미 마리 협보는 그런 주몽의 곁을 지켰던 친구들입니다. 이들은 단지 친구가 아니라, ‘주몽이 겪은 고난’을 공유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이 마리 협보
오이 마리 협보

 

공동의 위기 상황을 함께 겪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집단응집력이 형성됩니다. 전쟁터에서 생긴 전우애처럼 말이지요.

 

함께 도망치고, 함께 위협을 견디고, 함께 생존을 고민했던 경험은 이들 사이에 아주 깊은 유대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는 함께 살아남았다’는 기억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심리로 바뀝니다.

 

주몽이 북쪽으로 도망쳐 새로운 삶을 꿈꾸자, 오이, 마리, 협보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주몽이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고, 강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스스로 따랐습니다.

 

위험이 따르는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여기서 흥미로운 심리학 이론 하나를 소개할게요.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1955년 유명한 동조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선 길이 문제를 제시했고, 그중 일부는 조작된 참가자들이 고의로 틀린 답을 말하도록 세팅했습니다. 이때, 많은 참가자들이 명백히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의견에 동조해 일부러 틀린 답을 골랐습니다.

 

왜일까요?

 

거절당하기 싫고, 소외되기 싫은 심리가 정확한 판단보다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이, 마리, 협보의 행동은 이 동조실험의 원인과는 정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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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동조를 넘어선 가치 기반 선택

이들은 집단 압력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으로 주몽을 따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가치 기반의 동조’입니다.

 

동조는 흔히 외부의 압력이나 다수 의견에 순응하는 수동적 반응입니다. 하지만 오이, 마리, 협보는 자율적 판단을 통해 행동했습니다. 그들이 느낀 주몽과의 유대는 ‘공포 회피’가 아니라 ‘가치 공유’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누군가를 자발적으로 따를 때, 그 이유가 나 자신의 신념과 일치한다고 느끼는 경우를 ‘내재화된 동조’라고 부릅니다. 외부의 보상이나 두려움이 아닌, 스스로 판단했기에 훨씬 더 강한 헌신이 가능해집니다.

 

이들은 주몽을 따름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찾았고, 그 선택이 자신에게도 옳은 길이라고 믿었기에 움직였던 것입니다.

 

이들이 주몽을 따랐던 이유가 단순한 동조를 넘어선 이유는, 그 선택이 단지 ‘누군가를 믿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것이 곧 나의 가치다’라는 차원이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동조는 ‘불안 회피’의 반응으로 보지만, 오이, 마리, 협보의 행동은 오히려 ‘의미 추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들에게 주몽은 현실을 피하는 도피처가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존재였습니다.

 

주몽을 따른다는 건 새로운 땅에서 고구려를 건국하는 것만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자기’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주몽은 단순한 리더가 아니라, 삶의 이유를 외부에서 내부로 끌어당겨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소속 욕구’의 힘을 다시 보게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합니다. 이 욕구는 종종 ‘유약함’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오히려 건강한 소속 욕구가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내가 공동체 안에 있다는 확신은 위기 상황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오이, 마리, 협보는 주몽과의 관계 속에서 그런 소속감을 느꼈고, 그 소속감이 곧 용기와 헌신의 원천이 되었던 겁니다.

 

이들은 스스로 국가를 세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주몽을 따름으로써 고구려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함께 만든 주체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현대인의 심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는 스타트업 대표를 믿고 함께 창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군대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충성하며 가족 안에서도 부모나 자녀에게 헌신합니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내 안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는가입니다. 

 

이러한 소속욕구는 현대 인간 심리에서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속 욕구를 ‘심리적 안정감’, ‘스트레스 회복력’, ‘정체성 형성’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봅니다. 사람은 혼자일 때보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고 느낄 때 더 큰 회복탄력성과 목표 지향성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따르기로 한 순간, 그것이 진심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길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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