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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듯말듯 한국사/신라시대

경문왕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그 임금님이라고?

by 레미 언니 202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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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경문왕,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와 교훈

신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특정 왕과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를 빼놓을 수 없죠. 신라의 왕들 중에는 유독 흥미로운 설화와 함께 기억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오늘 만나볼 왕은 우리가 어릴 적 동화책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 유명한 설화의 주인공이 신라의 제48대 왕인 경문왕(景文王)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과연 경문왕은 정말 당나귀 귀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기묘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요? 흥미로운 설화 속 숨겨진 시대적 배경은? 지금부터 그 유명한 당나귀귀 설화와 역사와 민중의 지혜가 담긴 설화 속 교훈을 함께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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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경문왕 설화 

경문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입니다. 그 유명한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집니다.

 

신라의 경문왕은 왕이 된 후, 그 귀가 당나귀처럼 길게 변했다고 해요.

 

왕은 자신의 귀가 비범하게 길어진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며, 이 비밀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그래서 오직 왕의 모자를 만드는 모자장이 한 명에게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죠. 왕은 모자장이에게 누구에게도 이 비밀을 말하지 말 것을 엄명했습니다.

 

왕의 비밀을 홀로 감당하게 된 모자장이는 그 답답함을 견딜 수 없었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거대한 비밀은 마치 큰 바위를 가슴에 얹은 듯 그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마침내 병이 깊어져 죽을 날이 가까워지자, 모자장이는 이 비밀을 그냥 가지고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인적이 없는 산속 대나무 숲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 모자장이는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얼굴을 파묻은 채 자신이 가진 비밀을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리고 그 대나무 숲을 떠났죠.

 

경문왕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그 임금님이라고?
경문왕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그 임금님이라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놀랍게도 그 대나무 숲을 지나는 사람들 귀에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사귀들이 흔들리며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퍼져나갔던 것이죠.

 

이 기이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결국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자신의 비밀이 만천하에 알려졌다는 사실에 경문왕은 크게 화가 났습니다.

 

그는 즉시 대나무 숲의 모든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를 심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현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나무를 대신하여 심어진 산수유나무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긴 귀~~!"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전해집니다.

 

왕은 끝내 자신의 귀에 얽힌 비밀을 완벽하게 숨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2. 설화 해석

민중의 목소리와 왕권의 한계

 

물론 이 경문왕 설화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설화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으며 경문왕 시대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단서가 됩니다. 특히 당시 사회상과 민중의 인식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아무리 은밀한 비밀도 결국은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왕의 은밀한 치부나 권력자의 숨겨진 사실도 민중의 입을 통해 결국 퍼져나갈 수 있음을 암시하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치부나 어두운 이면을 감추려 해도, 그것은 바람이 대나무 숲을 흔들듯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는, 인간사의 보편적인 이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당시 왕과 귀족들의 폐쇄적인 권력 구조 속에서도 백성들의 목소리는 어떤 식으로든 표출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설화 속 대나무 숲과 산수유나무는 '민중의 목소리'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라하대는 왕권이 약화되고 귀족들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백성들이 자신들의 불만이나 진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백성들이 대나무나 산수유나무 같은 자연의 힘을 빌려서라도 왕의 비밀, 즉 사회의 부조리나 불편한 진실을 속삭이며 세상에 알리는 상징적인 저항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민심은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경고이자,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교훈이 됩니다.

 

셋째, 설화의 형태로 왕의 '결점'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당시 신라 왕권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신라하대에는 왕을 더 이상 신성하고 불가침한 존재로만 여기지 않고 인간적인, 나아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강력한 왕권을 자랑하던 시기였다면, 이런 이야기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설화의 형태로라도 왕의 권위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제기될 수 있었다는 것은 당시 왕권이 흔들리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넷째, 대나무가 산수유나무로 바뀌자 '당나귀 귀'가 '긴 귀'로 변했다는 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의 내용이 변용되거나, 혹은 권력자나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에 따라 진실이 순화되어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풍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사회는 진실을 변형된 형태로 수용하기도 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비록 '당나귀 귀'에서 '긴 귀'로 바뀌었지만, 왕에게 '보통과 다른 귀'가 있다는 핵심적인 내용은 여전히 남아있어, 진실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경문왕의 '당나귀 귀' 설화는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권력과 진실, 그리고 민심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신라 하대라는 불안정한 시기에, 한 왕에게 덧씌워진 이 기묘한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는 왕으로서 국가를 통치하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지만, 동시에 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함축하는 설화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 곁에 살아있는 역사로 기억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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